올해는 달랐던 올해의 작가상
올해의 작가상 프로그램(KOREA ARTIST PRIZE 2023)은 매년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작년 10주년을 기념한 전시를 본 게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 다가와 올해의 작가상 프로그램을 관람하러 가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매년 영향력 있는 작가 4명을 선정하여 신작을 지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표하여 심사를 하는 제도지만 올해부터, 10주년을 기념하여 약간의 제도 개선이 있었습니다.
신작뿐만 아니라 기존 작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전시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게 아주 좋은 부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다수의 작가와 작품을 매일 접하지 않는 저와 같은 일반 관람객의 경우, 올해의 작가상 프로그램을 보면, 작가들의 신작들만 관람할 수 있어, 이 작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탐구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바뀐 제도는 이러한 노력과 시간을 절감해 줄 뿐만 아니라, 선정된 작가들의 과거의 작품과 이야기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합니다.
기존 올해의 작가상이라는 프로그램 내 4명의 작가들이 그룹전시를 해왔던 형식에서, 프로그램 내 각각 개인전을 보는 방식처럼 바뀐 것 같아 더욱더 풍족한 전시관람이 되었습니다.
4개의 개인전 형식이라 짧은 시간에 심도 있는 전시관람이 어려웠지만, 미술관도 이를 배려했는지, 예전처럼 포괄관람권이 아닌 각각 전시를 2000원씩 개별로 분할하여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추후 전시를 지속적으로 즐기기에 좋았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네 명의 작가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네 명의 작가를 둘러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작품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붙어있는 설명글을 기조로 간략한 감상글을 적어보겠습니다.
갈라포라스-김 작가의 작품은 종교적 믿음이나 죽음과 같아 지나온 모든 문명이 관심을 갖고 흔적을 남긴 유물들을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고인돌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거나, 미술관과의 적극적인 소통 등을 작품의 영역으로 가져옵니다.
전소정 작가는 끊임없이 동시대가 딛고 선 근대가, 근대화의 과정에서 놓아버린 바깥의 영역을 탐색하는 작가입니다. 특이한 조형물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는데,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주며 경계에 대한 물음을 제시합니다.
이강승 작가는 역사가 새롭게 재구성되고, 연결되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은 "돌보다"라고 말하며 보이조지 않던 자료들과 사건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퀴어 역사 아카이브들은 서로 돌보아주던 공동체를 통해 수집한 것으로 이러한 생경한 사건들을 미술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권병준 작가는 싱어송라이터로 음악 경력을 시작하여 6개의 앨범을 발표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운드 작업과 로봇을 이용한 퍼포먼스 연출을 통하여 공동체 속 인간의 연대 확장에 가능성에 대해 실험합니다. 이주민들의 낯선 노래들에 맞춰 로봇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 순간 낯선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네 명의 작가들의 다채롭고 심도 있는 이야기들을 몇 문장으로 요약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전시 설명이 지시해 주는 해설보다 작품을 직접 마주하고 느낀 감정과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더욱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방대한 전시의 양과 깊이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한 번의 관람보단 여러 번 관람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불편함을 넘어선 찬란함
이번 올해의 작가상 네 명의 작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이강승 작가의 작품들이었습니다.
“돌보다(care)"라는 주제로 퀴어와 반인 간 반이성 등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연구된 작품들은 그 내용의 깊이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전시에 관련된 대화를 할 때, 어떤 전시가 좋냐고 물어보면, 전시나 작품을 보고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전시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거나 무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러한 부분을 보여주거나 이야기해주는 작품을 관람하면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퀴어에 관한 이야기나, 소수,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런 축에 속하는데, 많은 작가들이 작품들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고, 저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강승 작가의 작품은 세상이 불편해하는 것, 퀴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그저 불편하게만 보이도록 풀어내지 않았습니다. 아름 다룬 선율을 가진 춤과 이야기로, 무언가 형상이 되어 고귀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문양들로 수놓아져 미술관에 놓아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이야기들, 그들끼리 돌봄으로 전승되었던 이야기들이 사실 더럽거나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고,
사실 찬란한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숨 막히는 무용가들의 예술적 몸짓에, 식은땀이 나는 생경한 경험을 했습니다.
올해의 끝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전시
2023년이 거의 다 마무리되어 갑니다. 올해의 작가상은 최근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예술에 순위가 매겨지는 인상을 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네 명의 작가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예술이라는 매개를 가지고, 관람객들에게 세상에 대한 다각적인 시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아니 올해가 조금 더 늦는다면 전시가 마무리되는 내년 4월 전까지 꼭 한번 더 보러 가야겠습니다. 누가 올해의 작가상을 받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시야와 이야기를 깊게 사유해 주신 작가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