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낯선 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은 흔히 말하는 대학로,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앞에 위치한 미술관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혜화역으로 전시를 보러 가자고 하면, 대부분 그곳에 미술관이 있었냐며 생소한 공간으로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연, 뮤지컬, 연극 등을 보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공간 마로니에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있지만,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는다면 그 부근에 미술관이 있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아르코미술관의 현재 건물은 1979년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대학로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2022년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아르코미술관의 연관람인원은 17,113명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93만명이 넘는 것에 비해 연 관람인원이 50배 이상 적습니다.
물론 기획전의 횟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혜화역 앞 많은 유동인구와 입지, 그리고 무료전시임을 고려할 때, 많은 관람객 수는 아닙니다.
또한 비슷한 연면적, 무료 전시를 하는 환기미술관(연면적 1,840 ㎡ )의 연관람인원이 39,820명으로 약 2배이상 차이를 보입니다. 비교적 교통과 입지가 더 유리한 아르코미술관으로서는 아쉬운 관람인원일 수밖에 없습니다.
구분(2022년 자료) | 연관람인원 (명) |
기획전횟수(회) | 기획전횟수당 연관람인원 (명/회) | 건축물 연면적 (㎡) |
면적당연관람인원(명/㎡)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937,484 | 12 | 78,124 | 52,125 | 17.99 |
아르코미술관 | 17,113 | 4 | 4,278 | 1,581 | 10.82 |
환기미술관 | 39,820 | 5 | 7,964 | 1,840 | 21.96 |
대중적인 전시는 아니지만 필요한 전시
아르코미술관은 2021년 이후 '유용, 포용, 협업, 공유'의 운영 전략 아래 연구, 창작, 전시, 교류 활동이 선순환하는 플랫폼을 표방하고, 사회적 의제를 다룬 기획전, 미술 담론의 생성과 확산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르코미술관의 홈페이지에는 "전시 및 프로그램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실험적 예술 활동을 지지합니다. 또한, 인류의 미래와 직결된 사회적 의제를 예술 담론으로 맥락화하고, 예술 활동을 통해 이를 소통함으로써 공공미술관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회적 의제, 미술 담론의 생성과 확산, 실험적 예술 활동 지지 등의 단어를 주목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미술 향유와 편익 증진을 위해 설립된 일반적인 공립미술관과는 목적이 다릅니다.
예술을 대중들에게 쉽게 소개해주는 미술관도 있지만, 실험적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학술적, 예술적 담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 사회적 의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줄 수 있는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이 중심인 미술 전시는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 힘들뿐더러, 홍보를 한다고 해도, 이 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관람객층이 적어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르코미술관은 일반 대중 관람객보다, 전문가, 관련업종 종사가, 관련학과 학생들을 위한 행사를 많이 주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객관적인 데이터는 아니지만, 타미술관에 비해 관련 행사가 많고, 미술 담론의 생성과 확산을 주축으로 하는 미술관의 표방점을 통해 유추해 보았습니다.)
아르코미술관은 대중의 관심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해 있지만, 대중이 봤을 땐 난해한 전시를 합니다.
그러나 여러 미술관이 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있는 것처럼, 아르코미술관은 사회적 의제와 미술 담론의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가진 전시를 접한 관람객이 그러한 의제와 담론을 일반대중들에게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파문이 점점 확장된다면, 사회는 조금 더 성숙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일상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미술관
미술관에 관람이 특별한 취미가 된 이후 수 번 아르코미술관에 방문했습니다. 다양한 전시를 보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전시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전시작품을 국내로 옮겨온 ‘한반도 오감도’ 전시였습니다.
위 전시를 관람하면서, 다양성과 여러 가지 시야와 각도들이 미술관에 모여있구나를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또, 아르코미술관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중에서도 소외된 약자, 퀴어 등 소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뤄, 평소에 밀접하게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사건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대학로, 뮤지컬 데이트 등 다양한 요소로 혜화역 마로니에공원을 떠올리겠지만, 저에게 혜화역 아르코미술관은 항상 새로운 시야를 보여주는 장소, 내가 보지 못하는 외부 세계의 단면을 안내해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전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음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중 아르코미술관은 항상 다른 미술관보다 더 멀고 내밀한 공간으로 데려다주는 곳입니다.
앞으로 대학로, 혜화역에 들를 일이 있으면, 아르코미술관 앞을 지나가보시길 바랍니다.
친구나 연인을 만나기 전 30분 정도만 일찍 장소에 도착해, 편하게 입장해 공간을 둘러보신다면, 평소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